장영자씨 『삶은 허망한 그림자』…교도소서 소설 탈고

  • 입력 1998년 8월 30일 20시 11분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큰 손’ 장영자(張玲子·53)씨가 교도소에서 원고지 4천장 분량의 장편소설을 탈고했다.

장씨는 최근 법무부의 원고반출 허가로 습작원고 4천여장을 청주교도소에서 돌려받았다.

소설 제목은 ‘환영(幻影)의 창(窓).’

소설은 주인공 우소혜자(優小蕙慈)와 우씨의 고모인 평애(平愛)스님, 우씨의 이종사촌이면서 애인인 오세민, 우씨가 일본에 유학하면서 사랑에 빠진 일본인 부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소혜자라는 특이한 이름의 주인공을 등장시킨 배경에 대해 장씨의 남편 이철희(李哲熙·75)씨는“우(優)씨는 백제 의자왕비 중 한명의 성(姓)인데 독자들이 소설내용을 실제 상황이나 체험으로 오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희귀한 이름을 썼다”고 전했다.

소설에서 우소혜자는 일제시대 광산업으로 거부가 된 사대부 집안의 딸로 낡은 인습과 도덕, 남성중심의 사회체제를 극복해가는 여성해방의 전사(戰士)로 묘사된다.

그는 5·16군사혁명 직후 부친이 갑자기 사망하자 미모와 두둑한 배짱을 무기로 혁명주체세력과 격돌하며 부친의 재산을 지키고 마침내 거부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육사와 미 육군정보학교 출신의 오세민을 만나 이종사촌인 줄도 모르고 숙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결국 인간의 삶은 환영에 불과한 데 인간이 욕망 때문에 이를 깨닫지 못한다는 것, 또한 삶이 환영임을 깨닫게 될 때 오히려 삶은 더 가치있고 열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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