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회원으로 한국펜클럽명예회장을 지낸 전씨는 지난해 대학 입시를 앞두고 손녀인 강모양(19)을 아들인 K전문대 강모학장 몰래 1천5백만원의 고액과외를 시킨 사실이 수사결과 밝혀졌다.
2백자원고지 19장 분량의 자술서에 적은 여류수필가의 뼈아픈 참회는 손녀를 아끼는 한 할머니의 아픔으로 얼룩져 있었다.
전씨는 지난해 9월말 수능시험을 50일가량 앞두고 손녀의 성적과 대학진학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가족몰래 손녀가 다니는 세화여고를 찾아갔다. 부모를 대신해 손녀의 학교에 찾아갈 만큼 할머니의 손녀사랑이 끔찍했다.
담당교사였던 노모씨는 “강양은 성적이 우수한 편이지만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3과목의 성적이 모자라 원하는 대학에 가기에는 벅차다”며 문제의 한신학원 원장 김영은(金榮殷·57)씨의 전화번호를 건네주었다.
대뜸 3천만원의 고액을 제시한 김씨의 말에 놀라 며칠을 망설이던 전씨는 결국 1천5백만원을 주고 손녀의 과외를 맡겼다. 그러나 상황은 전씨가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진행됐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이 “과외를 앞장서 타파해야 할 어머니가 그럴 줄 몰랐다”며 어머니에게 말도 건네지 않았고 냉랭해진 집안분위기로 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던 강양은 결국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