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기막힌 사내들」감독 장 진

  • 입력 1998년 9월 3일 19시 17분


한국영화 ‘기막힌 사내들’을 둘러싼 사람들중 가장 기막힌 사내는 아마도 장진감독(27)일게다.

‘신인감독의 치기어린 장난’부터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신선한 감각’까지 극에서 극을 달리는 영화평. 개봉 2주일에 서울 관객 2만여명이라는 썰렁한 흥행성적. 그러나 대학 연극영화학과 교재로 활용하겠다는 몇몇 교수의 극찬도 있다.

지난해까지 ‘택시 드리벌’극작 연출로 연극판의 재간동이로 통했고,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시나리오 작업으로 충무로판의 촉망받는 신세대였던 장진으로서는 참 기막힌 노릇이었을 것 같다. 그래도 머리 한귀퉁이를 노랗게 물들인채 귀걸이까지 걸고 있는 그는 꿋꿋했다.

“세상에 대한 나의 관심을 지금까지의 코미디영화와 뚜렷이 구분되는, 스물일곱살의 내 색깔로 그려냈다는데 만족한다.”

장진이 보는 세상은 영화속 기막힌 사내들이 사는 것 같은 ‘바보들의 도시’다. 현실에서는 판판이 쓰러지지만 예쁘고 순수한 표정으로 그림자놀이를 하는 ‘그들’이 훨씬 아름다울 수 있음을 주목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기막힌 사내, 덕배와 달수는 군대시절 밤 보초서며 만들어낸 순수 그 자체의 캐릭터. 여섯살때 꾸며낸 이야기로 어머니를 곧잘 울렸을 만큼 ‘타고난 이야기꾼’인 장진은 “앞으로 내가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김순덕기자〉yuri@s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