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지’의 영역자 홍명희교수(영어명 아그니타 테넌트·64·영국 쉐필드대 동아시아학부)가 일시 귀국했다.
영역 토지는 완성판이 아니다.현재 번역된 것은 ‘토지’1부의 절반 분량. 그나마도 번역에 꼬박 10년이 걸렸고 문예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영역판 ‘Land’(키건폴출판사)로 출간되기까지는 또 수년이 걸렸다. 6백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때문에 선뜻 나서는 출판사가 없었던 것.
“재산으로서의 ‘토지’, 한국인들에게 어머니의 육체와 같은 ‘토지’ 등 ‘토지’가 갖는 다의적인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토속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영어로서 어색하지 않은 번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7년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홍교수는 영국 라후버러대학에서 ‘토마스 하디와 한국문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남편 로저 테난트(성공회 신부)도 20세기 영국소설가 조셉 콘라드를 전공한 문학박사로 ‘토지’번역의 귀한 조언자.
“30년 넘는 영국생활중 가장 기뻤던 순간은 지난 학기 ‘토지’ 마지막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지금껏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책이라고 발표하던 때였습니다. 제 나이가 지금 서른만 돼도 ‘토지’완역에 도전해 볼 수 있을텐데.”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