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에게 맞는 귀향을 한 것처럼 나는 나에게 맞는 귀향을 하고 싶다. 나는 완행열차를 타고 개성역에 내리고 싶다. 내 발로 걸어서 능바위 고개와 긴등 고개와 소리개 고개를 넘고 싶다. 그 고개를 내발로 쉬엄쉬엄 넘다가 운이 좋으면 천천히 지나가는 달구지라도 얻어 타고 싶다. 아무의 환영도 주목도 받지 않고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표표히 동구밖을 들어서고 싶다’(계간 ‘작가’여름호)
작가의 고향은 개성과 가까운 경기도 개풍군 묵송리 박적골. 임진강 자락에서 보면 고향의 덕물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그렇게 가까운 고향을 비행기타고 남의 나라 땅 거쳐서 들어가야 할지…. 나 하나쯤은 정말로 고향가듯이 호젓하게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그러나 작가는 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인 고모를 만날 수 있다면 기꺼이 고집을 꺾겠다고 말했다. “살아 계신다면 개성 쯤에 사실텐데.고모만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가든 어디에서 만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