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주모자들 모두가 ‘이씨’여서 수사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李)’가 없는 수사를 하다보니 수사의 ‘이(齒)’가 자꾸 빠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선 국세청을 통한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의 경우 그것을 주도한 이석희(李碩熙) 전국세청 차장이 미국에 가버려 수사가 명쾌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씨는 비밀계좌를 맡아 왔던 친구인 서울 상계동 한신아파트출장소 지점장 임모씨가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위험을 감지하고 수사착수 3일전 ‘지리산에 등산간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씨가 자진 귀국하지 않는 한 이번 ‘세풍(稅風)’사건도 완전하게 규명하기는 어렵다는게 중론.
이에 앞서 문민정부 최대의 특혜비리 사건으로 알려졌던 종금사와 개인휴대통신(PCS)인허가 비리사건 수사에서도 ‘이씨’들이 빠져 문제였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은 인허가의 책임자였던 이환균(李桓均) 전재정경제원차관과 이석채(李錫采) 전정보통신부장관. 그러나 이들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와이대로 각각 ‘도피성’ 연수를 떠나버렸다.
주모자에게 물을 수 없어 수사는 벽에 부닥쳤다. 특히 종금사 인허가 수사에서는 당시 장관이던 홍재형(洪在馨) 나웅배(羅雄培)씨를 출국 금지했지만 이전차관을 수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면죄부만 준 셈이 됐다. 검찰은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 몇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