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이종석(李宗錫)씨가 세계 굴지의 식품회사에서 만들어낸 ‘초고속 승진’의 신화다. 이제 그의 나이 35세. 켈로그에서 ‘마케팅의 귀재’로 통하는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91년 미국 P&G 본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의 ‘성공 스토리’는 93년 켈로그로 이직, 이듬해 한국 지사로 자원을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아침식사용 시리얼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곳. 켈로그가 한국에 진출한지 14년이 되었지만 시리얼을 먹는 사람은 전체인구의 4%가 고작이었다.
이씨는 원인 분석부터 시작했다.
“14년간 했다는 마케팅이라고는 고작 ‘시리얼은 맛있으니까 많이 먹어라’는 식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시리얼이 어떤 식품인지도 모르는 실정이었는데 말입니다.”
이씨가 이때 고안해낸 것이 ‘스타(STAR)프로그램’이라는 마케팅 플랜. 당장 제품을 하나 더 팔자는 전략이 아니라 시리얼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주변 여건부터 조성하자는 전략이었다.
우선 ‘건강을 위해 아침 식사를 거르지 말자’는 캠페인에 착수했다.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순회 영양 교육도 벌였다. 일년치 마케팅 예산을 넉달 간 모두 쏟아부었다.
본사에선 ‘엉뚱한데 돈을 쓴다’고 핀잔도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밀어붙였다. 캠페인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고 판단될 무렵부터 ‘시리얼은 일일 권장 영양분의 25%를 채워준다’는 선전에 들어갔다.
그 뒤로도 ‘아침식사를 거르면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구호를 앞세워 단계적 마케팅을 펼쳤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5년 매출은 4% 성장에 그쳤지만 96년 68%, 97년 38% 등 급속한 매출 신장이 이어졌다.
이씨는 그의 독창적인 마케팅전략에 힘입어 입사2년만에 차장에서 이사, 그로부터 또 2년만에 한국 합작법인 대표로 승진했고 올해초 켈로그는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부사장자리를 그에게 맡겼다.
12세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그는 “비전을 향해 가다보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