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큰별」 김정구씨 타계

  • 입력 1998년 9월 27일 19시 17분


‘눈물젖은 두만강’의 국민가수 김정구(金貞九)씨가 25일 오전6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93년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에서 요양해온 그는 최근 노환으로 기동이 불편한 상태였으며 타계하기 며칠전부터 의식이 없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유족은 부인 조남진씨(76)와 2남3녀. 영결예배는 29일 오전10시 서니베일의 리마 패밀리 장의사에서 열리며 산타클라라시 스카이론 메모리얼 파크 묘지에 안장된다.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충일빌딩의 사무실에 빈소를 마련했으며 29일 오전10시반 가수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 머물다 통일이 되면 죽어서라도 고향땅을 밟겠다. 추억과 한이 서린 두만강가에 작은 돌비석이라도 세워지기를 바란다.” 장남 영일씨는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두가지 꿈을 유언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1916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그는 17세때 친형 용환씨가 작곡한 ‘어머니의 품으로’로 데뷔, 60여년간 시대의 애환을 담은 노래로 서민들의 심금을 울린 가요계의 큰별이자 산증인. 80년 가요인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았다.

‘바다의 교향시’ ‘항구의 선술집’ ‘왕서방 연서’ ‘총각진정서’ 등 7백여곡을 발표했다. 특히 38년에 발표한 ‘눈물젖은 두만강’은 나라잃은 민족의 설움을 애조띤 가락에 실어 지금까지도 국민가요로 애창되고 있다. 독립군에 참가한 남편을 찾아왔지만 이미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슬프게 우는 여인을 두고 작곡됐다는 일화가 있는 이 노래는 85년 그가 남북예술단 교환공연때 평양무대에서 열창해 관객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황문평씨는 “초창기에는 만요라는 코믹한 노래로, 이후에는 ‘눈물젖은 두만강’ 등 서정적 노래로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하며 사랑을 받아온 국민가수였다”고 회고했다. 가수 현인씨는 “가수이기 이전에 인간으로도 귀감이 됐던 가요계의 맏형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지 연락처 1―408―247―7046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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