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장난’의 매력때문일까. ‘러브 레터’ ‘스왈로우 테일’ 등 90년대 일본의 신세대 영상작가를 대표하는 그의 작품은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면 가장 장사가 잘 될 영화로 꼽히는 실정.
최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만난 이와이는 감독이라기 보다는 록가수나 순정만화의 주인공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내 영화를 보는게 ‘불법’일텐데도 찾아봐주는 열정에 감격했다. 하루빨리 한국에서 일본영화가 합법화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열었다.
“나는 내가 봐서 재미있는 영화만 만듭니다. 사회적 메시지나 주제보다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일본 젊은층에 ‘이와이 월드’란 말이 유행말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끄는 것도 당연하다는 말투. 젊은이의 정서를 그린다는 점에서 종종 왕자웨이와 대비되지만 일상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소녀취향의 만화처럼 달콤한 줄거리, CF와 뮤직비디오같은 감각적 영상, 그리고 탈사회적 무국적의 색채 때문에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케이블TV와 뮤직비디오, TV단막극을 거쳐 95년 ‘러브 레터’로 데뷔한 이와이는 비평가들의 외면때문인지 영화관련 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와이는 오만하리만큼 자신만만했다.
“내 영화가 상업적이라거나 예술성이 없다거나 하는 남들의 말에 신경안쓴다. 왜냐구? 재미있으면 된거 아닌가.”
시골마을(센다이)에서 태어나 요코하마대학에 가기까지 그곳에서 자란 그는 만화와 잡지라는 ‘최첨단 매체’를 보며 인생을 배운, 전형적 신인류다. 대학 서클에서 처음 카메라를 만졌지만 ‘영화를 통해 세계를 바꾸겠다’거나 ‘교훈을 주겠다’는 식의 거창한 포부를 가진 적은 없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와 글쓰는 것을 좋아해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고, 지금도 자기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쓴다.
“고교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등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많이 봤죠.내 영화에서 그의 냄새가 나나요? 그러나 영화감독중 영향을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바로 나자신이니까요.”
그는 한국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며 “앞으로도 재미있는 영화만 만들거다. 한국서 일본영화가 해금되면 좋겠지만, 비록 불법상태일지라도 많이 봐주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돈도, 정책도, 총칼도 아닌, 재미라는 ‘거부할 수 없는 무기’를 들고 한국을 쳐들어 오는 그의 세계에 대해 우리 영화계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부산〓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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