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군이 어른도 하기 힘든 흥보가 완창을 성공리에 마치자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관객 1천8백여명은 꼬마 명창의 탄생을 축하하며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유군은 이날 의상을 갈아 입기 위해 5분간 중간 휴식을 한 것을 제외하고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줄곧 선 채로 책 한권 분량의 가사를 한 소절도 빠뜨리지 않고 가락에 맞춰 불렀다.
판소리 3시간 완창은 풀 코스 마라톤 역주와 맞먹는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된다는 것.
이날 유군은 잠깐씩 가쁜 숨을 몰아 쉬기도 했으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앙코르 요청을 받고 다시 무대에 나온 유군은 다소 잠긴 목소리로 “조통달스승님께 감사드립니다”고 말하고 ‘사랑가’와 ‘춘향가’ 등 단가를 불렀다.
92년 8월15일생인 그는 생후 8개월째부터 국악인인 아버지 유준열씨(41·정읍사국악단장)를 따라 숟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는 ‘끼’를 보여 명창 조통달(趙通達·55)씨의 문하에서 판소리와 연주 춤 등을 익혔다. 또 생후 28개월때 전남도립국악단의 ‘별주부전’으로 공식 데뷔한 뒤 지금까지 1백6회의 크고 작은 공연을 가졌다.
97년에는 일본 NHK방송의 ‘슈퍼아시안’ 프로그램에서 첼리스트 장한나양을 제치고 ‘천재 신동’으로 뽑히기도 했다. 유군은 이번 완창을 위해 조명창의 집에서 하루 6∼7시간씩 맹훈련을 해왔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