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상황에서 사건의 한 당사자인 한성기(韓成基·39·진로그룹 고문·구속중)씨의 변호인인 강신옥(姜信玉)변호사가 13일 자신이 ‘관찰한’ 사건의 ‘내용’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다.
강변호사는 이날 본보 취재진과 만나 “한씨 등이 총격요청 비슷한 것을 북한측에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권 배후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안기부의 고문이 일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를 처음 만난 것은 언제인가.
“9월12일경 서울구치소에서 30분가량 접견했다. 당시 한씨는 총격요청 사실을 어느 정도 시인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자신이 지난해 대선직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아태위 참사 박충 등을 만나 ‘96년 4·11 총선 당시 판문점에서 무력시위를 한 것처럼 쇼를 해서 남한 신문에서 크게 보도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씨의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고 고문주장도 하지 않았다.”
―두번째 접견과 대화내용은….
“한씨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하루전인 9월24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1시간 동안 만났다. 당시 한씨가 무릎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안기부 수사관들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에게 사전에 총격요청 계획을 보고하고 5백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말하라며 무릎을 꿇게 하고 가혹행위를 했다’고 대답했다. 한씨는 당시 ‘북한에 무력시위 비슷한 것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성씨 관련부분은 고문때문에 허위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한씨가 이같은 진술을 번복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10월8일경 서울지검에서 세번째로 한씨를 접견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변호사)의원이 한씨를 만난 다음날 이었다. 당시 언론에는 한씨가 총격요청을 부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래서 한씨에게 ‘왜 말을 바꿨느냐’고 물었더니 한씨는 ‘홍변호사가 말하기를 혐의가 인정되면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외환유치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해 겁이 나서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한씨는 회성씨 관련부분은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했나.
“9월25일 검찰에 송치된 뒤 처음에는 세사람 모두 북한측에 총격요청 비슷한 것을 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씨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보도되고 정치인 변호사들을 만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 같다.”
―현재 한씨의 태도는….
“13일 서울지검에서 한씨를 네번째 만났다. 한씨가 계속 말을 바꾸는 것 같아 만나봤다. 한씨는 나에게도 총격요청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더니 ‘그 때는 오정은(吳靜恩)씨와 장석중(張錫重)씨를 보호하기 위해 나혼자서 단독으로 총격요청을 했다고 일부러 진술한 것이다. 총격요청을 했다고 거짓으로라도 진술하면 오씨 등은 보호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오씨와 장씨가 책임을 다 나한테 미뤄 총격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