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장애인 「이웃사랑」 이철씨부부

  • 입력 1998년 10월 16일 16시 03분


2급 지체장애인 박준식씨(54·대전 서구 도마1동 95의10)는 집 근처에 있는 도마재래시장에 갈 때마다 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이철씨(52)와 그의 부인 성서미씨(47)를 보기가 미안하다.

8년째 이들로부터 야채를 무료로 공급받기 때문이다.

박씨가 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8년 전. 정신박약자인 부인(48)과 휠체어를 타고 시장에 갔다가 돈이 모자라 서성댄 것이 계기가 된 것.

그날 이씨는 박씨 부부를 자신의 3평짜리 야채가게로 데려가 배추와 무를 건네주며 “언제든지 필요하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씨는 처음에 한두번 이씨 가게를 찾았다. 그러나 마냥 신세를 질 수도 없었다. 박씨가 발길을 끊자 이씨는 박씨의 단칸방을 어렵게 찾아가 야채를 전해주기 시작했다.

박씨와 이씨부부의 이같은 관계는 8년 동안 변함없이 계속됐다.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하던 박씨는 이씨부부의 이웃사랑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동아일보를 찾았다.

그러나 가게로 찾아간 기자에게 이씨의 부인 성씨는 “박씨에게 배추 한 포기 준 적이 없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다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장애인, 부인은 정신박약, 아이는 백혈병인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어요. 팔다가 남은 야채를 조금씩 준 것 뿐인데….”

이씨 부부는 박씨 부부외에도 7,8명의 장애인을 돕고 있다고 주위사람들은 전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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