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왕세자 『서울 납시어』…투자상담 23일 방한

  • 입력 1998년 10월 21일 19시 30분


“저쪽이야, 저쪽! 덕수궁 방향이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직원들은 며칠째 나침반을 들고 이슬람성지인 ‘메카’의 방향을 잡느라 정신이 없다. 23일 방한하는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74·파예드국왕의 동생) 일행이 기도할 수 있도록 정확히 메카를 향해 거실 탁자에 화살표를 그리기 위한 것.

김종필(金鍾泌)총리 초청으로 내한하는 압둘라 왕세자의 수행원은 왕자 7명을 포함한 공식수행원 14명, 왕실의전실 비서실 영빈부 직원과 시종 등 비공식수행원 92명, 기자 23명과 의료진 12명 등 모두 1백85명.

각자 방을 따로 써 15개층 1백95개 객실이 예약됐다. 리무진45대 벤츠15대 트럭6대를 빌려 놓았다.

왕세자가 사용할 로열스위트룸(1박에 5백44만5천원)을 포함해 2박3일간 일행의 객실료만 3억5천만원. 한국측 부담은 왕세자가 사용하는 객실료 정도. 호텔측은 “93년 프랑수아 미테랑프랑스대통령 방한 때 3백50명이 3백여 객실을 사용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왕세자용 객실의 경우 △실내온도 섭씨 22∼23도 유지 △침대의 머리쪽이 발쪽보다 3인치 높을 것 △침실에 대형 TV설치 △이발용의자(바버체어) 준비 등이 왕세자측 요구사항. 또 모든 방에서 위성을 통해 아랍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행은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대상국을 찾아 아시아지역 순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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