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세계적 신문왕 로더미어, 덕유산에 잠들다

  • 입력 1998년 10월 23일 19시 37분


‘포브스’지가 뽑은 유럽의 갑부, 한국의 명산 덕유산 자락에 눕다.

영국 유력지 데일리 메일 회장이요, 개인재산이 주식가액만 4억1천3백만파운드(약 9천6백억원)에 이르는 영국의 로더미어 자작(子爵). 지난달 사망한 그가 살아생전 희원했던 대로 물 맑고 산 좋은 한국 땅에서 ‘영원한 잠’을 이루게 됐다.

21일 오전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덕유산 중턱에 자리잡은 백련사(白蓮寺)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20여명의 조문단이 로더미어자작 ‘부도(浮屠)’ 제막식을 가졌다. 부도는 고승이나 사찰에 큰 공헌을 한 독실한 불교신자의 사리나 유골을 담은 돌탑.

그는 9월1일 73세를 일기로 사망하기전 아내 이정선씨(48) 등 유족에게 “내 유골의 절반은 영국의 집마당에 뿌려주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의 백련사에 부도로 남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세계적인 ‘신문왕’이 덕유산 백련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가 지난해 봄 세상을 뜬 장모 최낙순씨의 부도제막식에 참석한 것이 계기. 사찰의 한 관계자는 “절을 둘러본 자작이 공기가 너무 맑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딧불이’서식지이기도 한 설천면 산수와 덕유산의 경관에 무척 감탄했으며 이후에도 덕유산과 절을 몇차례 아내와 함께 들렀다”며 “본인이 직접 못오는 경우에는 아내를 백련사에 보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고 말했다.

1896년 창간된 데일리 메일지는 영국의 대표적인 조간지로 현재 2백10여만부를 발행하고 있으며 이 언론그룹에는 데일리 온 선데이,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 등이 포함돼 있다.

자작의 부도는 절입구 일주문앞 장모 최씨의 부도옆에 공덕비와 함께 나란히 세워졌다.

재일교포인 이씨는 로더미어자작이 첫 부인과 사별한 1년 뒤인 93년 결혼했다. 미국 뉴옥에 건너가 모델일을 하고 있던 이씨는 78년 가을 로더미어자작과 자선기금 마련무도회장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두사람은 결혼전까지 15년간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 지내왔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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