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들의 「쌍둥이 미숙아」살리기 「릴레이 헌혈」

  • 입력 1998년 10월 23일 19시 37분


한 미숙아 자매를 살리기 위한 소방대원들의 헌혈이 한달째 계속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몸무게 1㎏과 7백60g. 27주만에 출산.’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생명의 불씨를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쌍둥이 미숙아 자매’ 건(健)이와 강(康)이의 신상명세서다. 서울 종로소방서 손현호(孫賢虎·26)씨와 이길린(李佶璘·30)씨 등 소방대원들이 쌍둥이 자매와 인연을 맺은 것은 9월30일 밤.결혼한지 6년만에 힘들게 임신한 윤지영(尹智榮·27·서울 관악구 신림9동)씨의 양수가 갑자기 터진 것이다.

같은 시간 손씨와 이씨는 “O형을 가진 20,30대 대원은 긴급출동하라”는 지시를 받고 서울대병원 소아병동으로 달려갔다. 미숙아는 스스로 영양을 섭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피를 공급해줌으로써 영양공급을 대신하기 위해서다.

이날 이후 근무가 없는 홀수날마다 손씨와 이씨는 번갈아가며 ‘사랑의 헌혈’을 계속했다. 16일부터는 피로에 지친 이씨와 감기에 걸린 손씨에 이어 또다른 소방대원인 김옥찬(金玉讚·31)씨와 이상운(李相云·30)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손씨 등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23일 현재 건이는 1.08㎏으로 몸무게가 늘었지만 강이는 8백g으로 호전의 기미가 없어 대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치의인 소아과 손재성(孫在星·28)전공의는 “건이는 심장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해야 하고 강이는 패혈증이 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자매의 아버지 하대성(河大誠·33)씨는 사업실패로 8천만원의 빚을 지는 등 기본적인 생계마저 어려운 형편이어서 일주일에 6백만원이나 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벅차다. 02―884―4096

〈이호갑기자〉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