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한 문화센터에서 이씨의 강의를 들었던 제자들이 결성한 동인회 ‘서울소나무’. 스승에게 소설쓰기를 배운지 12년만에 처음으로 수작(秀作)단편집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도서출판 답게)를 냈다. 수록된 작품은 유명종씨의 ‘시골버스 뒤뚱거리다’ 등 20편. 88년부터 매해 한권씩 발간해온 동인지에서 스승 이호철씨가 빼어난 작품을 가려냈다.
정규학교도 아닌 사설교육기관에서 맺어진 사제지간이지만 이씨와 ‘서울소나무’회원들의 정은 각별하다. 선유리별장은 이들이 작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격전장. 서로 다른 작품해석으로 싸움이 나도 스승은 말리는 법이 없다.
“내가 선생님의 자식이구나 느끼게할만큼 선생님의 애정은 살갑습니다. 하지만 작품평가에 관해서는 아주 냉정하시죠. 이호철선생 제자가 됐으니 등단하기 어렵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니까요.”(회장 강태화)
현재 회원은 70여명. 최근 장편 ‘어른도 길을 잃는다’(창작과 비평사)를 펴낸 박정요씨를 비롯, 15명이 등단했다.
그러나 이호철씨는 제자들의 ‘입신양명’보다는 모임을 통해 사람사는 정을 나누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말한다. 대학1학년생부터 67세 노인까지, 노점행상 경비원 교수 건설회사사장 등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오로지 문학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 대구 제주에서 선유리로 달려온다.
“제가 강조하는 창작원칙 1조는 ‘소설은 기술로 쓰는 것이 아니다. 삶에서 축적돼 나온 진실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제자들을 만나다보면 그게 또 저한테도 인생공부가 돼요.”(이호철)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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