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장’은 현대그룹 초창기엔 더러 있었지만 80년대 이후엔 88년 48세에 사장에 오른 박세용(朴世勇)현대종합상사사장 이후 처음이다.
이사장은 7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93년 이사에 오른 이후 현란한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아왔다. 이사 승진 2년만에 상무, 다시 1년만에 전무, 또 2년만에 부사장을 달았다.
이사장은 정몽구(鄭夢九)회장의 경복고 후배. 그래서 흔히 ‘MK라인’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의 고속승진은 학연 덕을 본 게 결코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현대의 재사(才士)’로 통할 만큼 두뇌회전이 빠르다. 그룹의 구조조정작업 및 경영전략은 모두 그의 머리를 거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 이번 기아차 인수과정에서도 입찰가격을 결정하는 등 핵심역할을 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한국중공업과의 사옥 소유권소송을 승소로 이끈 것을 비롯해 그룹의 각종 소송을 도맡아 스스로를 ‘상과대 법학과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큰 덩치에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부하직원들에게 인기도 높은 편. “업무를 훤히 꿰차고 있어 모시고 일하기 편하다”는 평을 듣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독서가 바탕이 된 해박한 지식으로 논쟁을 즐겨 전사(戰士)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