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아들에게 「자숙」강조…아태재단 만찬서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09분


“대통령의 아들이 항상 문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로 아태평화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만찬을 함께 하면서 언급한 말이다.

김대통령은 만찬 도중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대통령의 얘기를 꺼낸뒤 대통령의 아들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먼저 “링컨대통령이 재임중 노예해방 때문에 자신을 지지했던 미북부지역에서 많은 욕을 먹었다”면서 “그러나 죽어서 빛이 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재임중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김대통령은 이어 “링컨대통령도 자식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같다”며 “특히 부인이 자식을 너무 감싸는 바람에 아들이 부패해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아들이 항상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차남 현철(賢哲)씨의 국정개입으로 큰 곤욕을 치른 점을 의식해서인지 아들에게 자숙을 강조해왔다.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장남 홍일(弘一·국회의원)씨와 차남 홍업(弘業·아태재단부이사장)씨 등을 불러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며 취임 후에도 수시로 “쓸데없이 사람을 많이 만나거나 일을 벌이지 말라”고 주문했다.

김대통령은 이야기 끝무렵 홍업씨가 아태재단부이사장인 점을 감안한 듯 “아태재단이 정권이나 대통령에게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기평(吳淇坪·서강대교수)아태재단사무총장이 “대통령의 아들문제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면서 “자식들을 1년간 근신토록 했으니 이제는 자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 오총장은 15일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않지만 평소 대통령의 아들을 죄인처럼 여기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총장이 얘기하는 동안 김대통령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헤드테이블에는 김대통령과 오총장 외에 아태재단후원회장인 국민회의 최재승(崔在昇)의원 오유방(吳有邦)전의원 영화배우 김지미씨 등이 자리했으며 홍업씨는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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