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10년째 소년원 출소자 돌보는 정덕순씨

  • 입력 1998년 12월 17일 14시 17분


“소년원을 나오면 당장 갈곳이 없는 아이들이 우선 먹고 잘 곳은 있어야지요.”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사랑의집 청소년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정덕순(鄭德順·53·여)씨는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연락이 끊겨 갈곳이 없는 소년원 출소자를 거두는 일을 10년째 계속하고 있다.

‘사랑의 집’은 야산자락에 임시 거처로 지은 허름한 집이지만 이곳에 머무는 청소년들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도 따뜻하고 소중한 공간이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청소년은 1백여명. 짧게는 한두달, 길게는 1년정도 이곳에 머문 청소년도 있다. 사랑에 굶주린 이곳 청소년들은 정씨를 모두 어머니라고 부른다.

정씨가 소년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89년. 교회에서 전주소년원 위문을 갔다가 형기가 끝나 소년원을 나가도 갈곳이 없다는 한 아이를 만난 뒤 이런 처지의 청소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요즘도 일주일에 두차례 정도 소년원을 찾아가 ‘어려운 아이들’을 챙긴다.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넉넉지 않은 살림인데다 이웃 주민들의 시선이 따가워 그동안 4차례나 집을 옮기기도 했다. 또 돌보고 있던 아이들이 옷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가기도 했지만 오로지 사랑으로 기도하며 기다렸다. 한때 가족들이 나서 이 일을 말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는 정씨의 신념을 믿고 도와준다. 정씨는 이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국집배달 신문배달 건축공사장 등 자립에 필요한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있다.

“수없이 속기도 했고 그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사랑이 통할 것’이라는 믿음과 ‘내 자식이라면 열번 백번 죄를 지었다고 그냥 둘 수 있겠냐’는 생각으로 견뎌냅니다.”

정씨는 16일 오후 2시반 전주 코아호텔에서 전주문화원이 주는 노령봉사상을 받았다. 사랑의 집 0652―277―3490〈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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