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코흘리개시절의 입버릇으로 끝난 게 아니라 강원 홍천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던 때까지 계속됐다. 험악한 고참들의 군기에 눌려 잠시 공무원으로 장래희망이 바뀌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결국 대통령도 가장 높은 공무원 아닙니까. 개그맨이 됐으니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주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그 꿈을 지킨 것 같습니다.”
그가 올해 ‘개그계의 대통령’이라는데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개그맨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인기조사에서 3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연말 MBC가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21세기 대중문화대장정’에서는 ‘20세기를 빛낸 한국코미디언’1위에 당당히 올랐다.
“나 마라도로 옮겼어” “잠자지 마라말이야” “나 소화됐어요”같은 CF의 대사도 유행어가 됐다. 최근 댄스로 편곡한 익살 캐럴집 ‘김국진의 헬로 산타’를 내놓았고 에세이집 ‘프로는 용서받지 못한다’를 낼 정도로 주가가 치솟고 있다.
방송가에서 그는 엉뚱했던 꿈만큼이나 개그맨 답지 않은 개그맨으로 불린다.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부터 이어지는 영구(심형래) 맹구(이창훈) 등 ‘바보스타’ 계열도 아니다. 그렇다고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이휘재같은 미남형에 속하지도 않는다.
“개그맨이 되기에는 너무나 평범하다”고 주장하는 그의 인기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몇가지 이유들. 책과 캐럴 대목에 이르자 “쑥스럽다”며 말을 줄일 정도로 개그맨답지 않은 수줍음이 되레 매력적이다. 잘 생기거나 특별히 못생긴 외모가 아니어서 질릴 이유가 없다. 억지로 유행어를 만들거나 과장된 제스처로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드라마 형식을 빌린 ‘테마게임’을 보면 웬만한 탤런트를 뺨칠만큼 다양한 배역들을 소화하는 연기력이 있다.
“시대에 따라 코미디 유형도 달라집니다. 이제는 편안하게 보여야만 시청자에게 접근할 수 있죠. 어떤 코미디를 해야겠다는 고정관념을 떨치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려고 연구합니다.”
‘혀짧은 도마뱀’이 그의 별명이다. 말로 먹고 살아야하는 개그맨으로서는 치명적이 아닐 수 없다.
“‘혀짧은’은 몰라도 도대체 도마뱀은 이해가 안되는데…. MC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혀가 짧다는 약점 덕분입니다. 91년 방송계에 들어서기 전 ‘갸냐댜랴먀뱌’라는 식으로 3개월간 발음공부만 했어요. 그때 뉴스 앵커식으로 말을 다시 배웠고 지금 오락프로에서 재미를 보고 있죠.”
그는 “다른 분야는 몰라도 코미디에서는 내가 ‘웃음 대통령’”이라며 “장기집권 여부는 지금은 밝힐 수 없다”며 웃는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