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평대령, 간 이식수술 성공 24일 퇴원

  • 입력 1998년 12월 24일 07시 39분


이제 그는 힘겹게 두번째 사선(死線)을 넘어 ‘제3의 인생’을 위한 힘찬 첫발을 내딛는다.

83년 2월 미그19기로 첫번째 ‘사선’을 넘어왔던 ‘귀순용사’ 이웅평(李雄平·44) 공군대령이 서울중앙병원에서 말기 간경화를 치료하기 위한 간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퇴원한다.

이대령은 “지금이 귀순 15년만에 가장 어려운 시기”라면서 “주위에서 도와준 분들 덕분에 저에게 주어진 수명은 다 살았고 이제부터는 덤으로 주어진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아내 박선영(朴善榮·35)씨 딸 다빈양(13) 아들 준기군(12)과 함께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연말연시를 보낼 꿈에 부풀어 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뒤 불교신도가 된 그는 “성탄일이나 불탄일이나 모두 축복받는 날이 아니냐”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했던 이 병원 이승규(李承奎)일반외과과장은 “간의 상태를 나타내는 간효소수치와 혈중 밀리루빈수치가 정상에 가깝고 체력도 급속히 좋아져 퇴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치의 김기훈(金基勳)박사도 “수술 70여일이 지났는데 3,4주 후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령은 96년 B형 간염환자로 진단받은 뒤 97년 9월 간경화로 악화됐다.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고 신장도 제기능을 잃어 소변도 나오지 않았다.

고통의 세월 1년. 1m82의 키는 그대로지만 97㎏이던 체중은 53㎏으로 줄었다. 다행히 27세 여성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아 수술을 받았지만 간이 너무 작아 초기에는 경과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수술에 충격을 받고 정신장애를 일으켜 한 달여 동안 모든 약물과 음식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 동안 집과 병원을 오가며 남편을 간호해온 부인 박씨는 “남편은 이식수술에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잘못되면 자신을 해부용으로 기증하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라며 고통의 시절을 회상했다.

이대령은 “군인으로 살다 군인으로 죽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라면서 “몸이 완쾌되는 대로 원대복귀해 교관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살아갈 힘이 나기 마련”이라며 “앞으로 ‘장기를 남에게 나눠주면 자기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등 일반인에게 잘못알려진 상식을 바로잡는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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