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 및 재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구회장은 작년말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과 강봉균(康奉均)청와대경제수석을 만나 “무협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구회장은 “새 정부가 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남은 임기를 채웠으면 한다”는 뜻을 덧붙였다.
구회장의 사의표명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도 보고됐으나 김대통령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구회장은 이어 이달초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에게도 측근을 통해 역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94년 무협회장에 선출돼 97년 연임된 구회장의 임기 만료는 2000년2월. 구회장은 1년을 앞두고 물러나려는 이유에 대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오랜 친구인 내가 새 정부의 개혁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시선을 1년간 안팎에서 많이 느끼면서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 스트레스를 받다가는 작년에 암 수술한 신장에 다시 이상이 생길까 걱정”이라는 토를 달았지만 YS와 ‘50년 친구’라는 사실이 사퇴 결심에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회장은 정부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내달 10일 열리는 총회에서 회장단에 사퇴 의사를 밝힐 생각이다.
구인회(具仁會)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회장은 김전대통령과 서울대 문리대 동창으로 인연을 맺은 이후 줄곧 절친하게 지내왔으며 김전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무협회장에 오른 것도 YS 정권 등장 이후였다.
무협은 순수민간기구지만 회장 선출은 전통적으로 정부측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해 구회장의 거취는 결국 김대통령의 뜻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