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 김상만선생 5주기 추모사]김성열 前동아일보 사장

  • 입력 1999년 1월 27일 08시 35분


일민(一民)선생이 기세(棄世)하신 지 어느덧 5년이 흘러갔습니다.

선생을 애도하던 후학들의 슬픔을 뒤로 하고 홀홀히 떠나시던 선생의 영자(影姿)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데 이제 5주기의 영전에 서서 선생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새삼스레 간절합니다.

5년의 풍상을 거치며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선생의 평생업적은 장엄한 서사시처럼 우리 후학들을 감동케 합니다. 언론경영인으로서의 공로와 교육자로서의 업적, 그리고 우리 전통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이끌었던 선구자적인 열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혼연일체로 형상화되어 거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자유당정권과30년군사정부 아래서유독동아일보가자유언론의 보루로, 민족의 중심세력으로 자리했던 것은 선생의 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투지에 힘입은 바 큽니다.

선생은오늘의언론의역할이 단지민중의대변에만그쳐서는 안되며 미래사회를 향한 창구가 되고 문화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선생은 우리 전통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동아공예대전 명인명창대회 등의 사업을 통해 우리 전통예술의 전승과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선고장(先考丈) 인촌(仁村)선생의 유훈을 받들어 공익을 우선하며 자신을 항상 낮추고 겸양과 인고의 헌신적인 몸가짐으로 평생을 일관하신 선생의 영자는 오늘의 우리 후학들에게 깊은 감동과 교훈을 주고 계십니다. 날이 갈수록 선생의 고매한 인격과 과인(過人)의 업적은 더욱 크게,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선생이시어, 세기의 전환점을 당하여 혼미와 갈등 속에 방황하는 우리 후학들을 굽어살피시고 지혜와 용기를 내려주소서.

1999년 1월26일

〈전 동아일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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