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과 이훈규(李勳圭)검찰1과장. 심고검장은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뒤 검사로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이과장은 징계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그의 먼 길을 배웅했다.
두 사람은 이날 징계 대상자와 징계위원회 간사자격으로 만났지만 그 이전에 ‘고락’을 같이 한 인연이 있다.
1년10개월전 심고검장은 대검 중수부장으로 김현철(金賢哲)씨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심부장 직속의 중수3과장으로 있던 이과장은 현철씨 수사실무 책임자.
두 사람은 수사를 시작하기 전 함께 사표를 썼다. 검사직을 걸고 수사하자는 취지였다. ‘드림팀’으로 불렸던 수사검사들도 사표를 간직하고 수사에 임했다. 외압이 들어와 수사가 왜곡되면 언제든지 내던질 각오였다.
수사팀의 각오는 결실을 맺었고 검찰은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아들을 구속했다. 검찰청에는 유례없이 시민들의 성금이 전달되기도 했다.
현철씨 수사가 끝난 뒤 심부장은 대구고검장으로 ‘좌천성 영전’을 했다. 이과장도 중수1과장을 거쳐 검찰1과장으로 옮겨 이날 운명적으로 마주친 것.
이과장은 징계위 간사로 사회를 맡았다. 이과장은 심고검장에게 의도적으로 말을 많이 시켰다. 자기 변론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징계위가 끝나고 현관에 마주 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떠나고 보냈다.
심고검장이 떠난 뒤 이과장은 “내 생애에서 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