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입학한 뒤 10년만에 졸업하는 최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90년 군에서 녹내장 판정을 받고 제대한 최씨는 92년 봄 끝내 시력을 잃고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2년 동안의 휴학기간이 끝났지만 복학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삶에 대한 버릴 수 없는 강렬한 애정’이 최씨를 굳게 잡았다. 결국 최씨는 휴학기간을 1년 연장해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재활훈련도 만만치는 않았다.
“지팡이를 짚고 거리에 나섰을 때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리는 것 같아 수치심에 온 몸을 떨기도 했어요.”
선천적 장애인이 아니라 손끝 감각이 무뎌 점자를 읽는 것도 힘들었다.
최씨는 1년만에 재활훈련을 끝내고 95년 2학기에 복학한 뒤에도 또 다시 수많은 장애와 마주쳐야 했다.
“강의실로 가는 계단은 왜 그렇게 높고 부딪치는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이런 최씨에게 96년 8월 소중한 친구가 생겼다. 최씨의 사연을 전해들은 삼성안내견센터에서 맹인 안내견 ‘웅대’를 기증한 것. 이제 최씨에게 ‘웅대’는 몸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의 존재가 돼버렸다.
어학연수를 위해 곧 ‘웅대’와 함께 미국으로 갈 예정이라는 최씨는 “앞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나처럼 중도에 장애인이 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