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운동권출신엔 「높은벽」

‘운동권’출신에게 법원과 검찰은 아직 ‘좁은 문’이었다.

22일 법원행정처가 발표한 법관인사발령에서는 판사지망생 2명이 대학시절 실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운동권’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판사임용에서 제외됐다.

사법연수원 28기생인 황인상(黃仁相)씨와 유강근(柳康根)씨. 황씨는 85년 ‘깃발’사건으로 수감됐던 ‘전력’ 때문에, 유씨도 국보법 위반이라는 ‘원죄’ 때문에 법복을 입는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이들은 87년 6·29선언 직후 모두 사면복권됐고 사법연수원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대법원측은 “판사임용은 신청자의 사법시험 및 연수원 성적 경력 인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실형선고 또는 집행유예 전력만으로 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때 급진사상을 가진 적이 있어 법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이념적 편향을 보일 수 있고 △실형복역으로 재판의 공정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불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19일 발표한 법무부의 검찰인사에서도 89년 임수경 방북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았던 문광명(文光明)씨가 검사를 지망했지만 법무부는 문씨의 소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가사유는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력 때문.

문씨는 “과거에 사상운동을 하긴 했었지만 그당시 모든 죄값을 치렀고 사면복권으로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임용을 거부한 것이 못내 서운하다”며 “앞으로 주관적인 잣대로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을 제약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