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장 후보 이갑현씨…외국주주 입김 막판뒤집혀

  • 입력 1999년 2월 24일 19시 37분


‘3%의 가능성이 95%의 가능성을 이겼다.’

24일 외환은행 행장후보로 이갑현(李甲鉉·56)상무가 추천된데 대해 금융계가 이구동성으로 내놓은 코멘트다. 그만큼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는게 중론이다.

인선위원회를 거쳐 압축된 후보는 오호근(吳浩根)기업구조조정위원장 심훈(沈勳)한국은행부총재와 이상무. 금융계에서는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오위원장이 행장후보로 뽑힐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과거와의 단절과 개혁성’ 측면에서 열세였던 이상무는 후보추천 과정의 모양새를 갖춰주는 액세서리가 아니냐는 평가까지 있던 터였다.

이런 분위기를 뒤엎고 이상무가 행장후보로 추천된데는 1대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이상무는 홍세표(洪世杓)전행장과 함께 지난해 4월 코메르츠방크로부터 3천6백억원의 외자유치를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 특히 외환위기 와중에서 외자유치 성사여부가 불투명할 때 단신으로 독일로 날아가 코메르츠방크를 설득한 것도 그였다.

23일 외환은행 행추위가 열린 회의실에는 코메르츠방크 본점에서 급히 타전한 한장의 팩스용지가 전해졌다.

“가급적이면 행내인사가 행장으로 추천됐으면 하는 게 코메르츠의 뜻입니다.”

이 한장의 팩스용지는 홍전행장의 퇴진 등 금융당국의 감독정책에 적지않은 불만을 보여왔던 코메르츠방크의 의중을 정확히 전달한 셈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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