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당시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재단’으로 출범하긴 했지만 이젠 국내에서 몇 안되는 북한 및 국제정치 싱크탱크(두뇌집단)로 자리잡은 세종연구소는 전임 한배호(韓培浩)소장 재임시절 갖가지 내부문제로 물의를 빚었었다.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 직후인 94년 세종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한전소장은 92년 대선 때 김영삼후보의 외곽조직으로 전병민(田炳旼)씨가 이끈 ‘임팩트 코리아’(일명 동숭동팀)의 멤버였다. 한전소장은 97년 7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잇단 비리설로 검찰의 내사까지 받은 끝에 지난 1월 사표를 제출했다.
세종연구소가 외교통상부 등록단체이긴 하지만 순수민간연구기관이어서 외견상 정부가 소장 인선에 직접 개입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제2차 정부조직개편때 외교통상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이 해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면서 세종연구소의 위상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도 새 소장 인선에 직간접적 관심을 표시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거론돼온 후보는 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김호진(金浩鎭)고려대교수, 제2건국위원회위원인 김광웅(金光雄)서울대교수, 아태재단사무총장인 오기평(吳淇坪)서강대교수, 김달중(金達中)전연세대행정대학원장, 이기택(李基鐸)전연세대사회과학대학장 등이다.
현 시점에서는 김달중교수가 ‘0순위’로 거론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 ‘김달중 불가―이기택 적임자론’이 강력히 제기돼 결론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이기택교수의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오랫동안 교감을 가져왔기 때문에 민간차원의 정책지원역을 맡기기에 적임인 반면 김교수는 ‘국민의 정부’에 기여한 바가 없어 정체성의 공감대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자칫 여권내 파워게임의 양상까지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실정이다.
세종연구소는 빠르면 이번 주말쯤 새 소장 내정자를 정하고 이사회(이사장 강영훈·姜英勳) 선임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