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지식인 비판]강태희-여인환-김성기-김성환씨

  • 입력 1999년 3월 28일 19시 24분


▽김성기 ‘현대사상’주간(사회학)〓김대중대통령의 지행합일(知行合一)적 신지식인의 필요성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이 밑으로 내려오면서 ‘국민계몽운동’으로 변질됐다는 느낌이다. 마치 과거 새마을운동 지도자 양성과 비슷해졌다. 신지식인의 모델은 모두가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없고 그저 결과만 있다. 지금의 신지식인론에는 ‘행복은 성공순이잖아요’라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성공 지상주의’ 논리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이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이같은 성공논리는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김상환 서울대교수(철학)〓학문 이론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효율이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같은 진지한 이론적 바탕 위에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실용적인 지식이 필요한 때다. 과거의 이론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이나 실리라는 잣대로 학문과 지식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신지식인이라는 개념은 정치인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대통령이 신지식인 얘기를 했다고 해서 사회가 거기에 휩쓸린다는 것은 모양이 우습다. 신지식인론 때문에 순수 학문의 연구 방향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여인환 연세대 교수(물리학)〓21세기에는 전지구 차원의 거대권력의 힘이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권력에 저항하고 권력과 반대되는 대안을 내놓는 ‘전통적 지식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리라 생각한다. 기존의 시민운동단체와 NGO(비정부기구)의 역할은 더 증대돼야 한다. 교수와 학생 등 대학인들의 사회참여도 절실해진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신지식인’은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에 승복한 결과라고 본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정의와 부의 재분배 등은 설 자리가 없다. 돈을 번 사람이 곧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강태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신지식인은 경제논리와 효율성을 앞세운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독창성이 있고 이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인정해줄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과 계량적 이익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될까 우려된다. 지금 현재도 물질위주의 가치관이 팽배한데 이런 분위기가 가속화되면 좋지 않다고 본다. 경제논리와 물질위주의 사고는 당연히 문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경제논리에 따르다 보면 재화 또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예술의 많은 부분이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이런 현상은 막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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