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사이에 정말 지역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합니까? 그렇다면 더이상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에 맡겨둘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모든 경비를 부담할테니 3개월에 한 번씩 완도분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갖고 싶습니다.”
편지의 주인공은 경주에서 LG전자 중앙대리점을 운영하는 이영순(李暎淳·48)씨.
완도군청은 곧바로 신청자를 접수했다. 이렇게 해서 경주여행을 떠날 첫 대상으로 뽑힌 사람은 완도 토박이인 김정웅(金政雄·58·자영업)씨.
김씨는 27일 경주를 찾았다. 경주행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의 감회는 남달랐다. 29일까지 2박3일동안 이씨의 안내로 시내 곳곳을 둘러봤다. 밤에는 이씨의 집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을 보냈다.
“지는예, 아무 것도 모르고 장사만하던 사람입니더. 다들 지역감정 지역감정하는데 실제로 그런 게 있는지 한번 보고 싶었을 뿐입니더.”(이씨)
“금강산에도 다녀오는 마당에 지역감정은 말도 안되지라우. 여름쯤 해서 저도 한분을 완도로 초청할 생각입니다.”(김씨)
경주 토박이인 이씨는 평소 주변에서 지역감정 운운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전남에서도 가장 남쪽인 완도 사람들을 초청할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
짧은 일정동안 두 사람은 친형제처럼 친해졌다. 수십년간 쌓였다는 지역감정의 골은 만나보니 애초부터 없었다. 여행 마지막날인 29일 김씨는 이씨와 함께 경주시내 한 고아원을 찾아 완도 특산품인 김을 한아름 선물했다. 이번 초청에 대한 고마움의 뜻이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