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여걸2명]갤러리아 백화점 숍마스터 배미경씨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15분


숍마스터 배미경(裵美境·29)씨는 눈이 빠르다. 매장에 들어선 고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순식간에 읽고 옷 스타일과 색깔, 핸드백, 심지어 머리에 꽂은 핀까지 종합해 고객의 성격과 취향을 단숨에 짐작해낸다.

배씨의 직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이탈리아 수입브랜드 ‘안나 몰리나니’ 매장. 그는 이곳에서 한달에 1억5천∼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남 최고의 숍마스터(Shopmaster·판매전문관리자)로 꼽힌다.

배씨는 옷을 사간 고객이 구입한 제품뿐 아니라 입고왔던 옷의 색깔과 스타일, 머리핀부터 핸드백까지 모두 그림으로 남겨둔다. 새 상품이 나오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예전에 사갔던 옷과 ‘코디네이션’을 하면 어울릴 것 같다”고 권유한다. 당연히 단골이 많다.

10년전 여고를 졸업할 때의 꿈은 유명 디자이너. 1년반 동안 복장학원에서 디자인을 배운 뒤 의류회사 디자인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우연히 숍마스터에 관한 번역서를 읽을 때 이상한 자신감이 들었다. 이후 디자이너의 꿈을 접고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새출발.

밝은 얼굴과 언제나 환한 미소는 최대의 무기였다. 5년 뒤 그는 이탈리아 수입브랜드인 ‘아이스 버그’의 현대백화점 본점 숍마스터가 됐다. 다시 2년 뒤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으로 스카우트됐다.

일이 바빠 아직 미혼이지만 그의 고객 5백여명은 대부분 30, 40대 중년여성들이다. 연봉은 2천만원이지만 목표 매출액 초과분의 3%를 성과급으로 받기 때문에 매달 2백여만원을 추가로 받아 간다.

“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앞으로 3∼4년간 숍마스터로서 전성기를 누린 뒤 직접 나의 매장을 운영해보고 싶어요.”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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