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스公 한갑수 사장, 2억원 성과급 「신바람」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15분


“90점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4백57명의 직원을 내보내고 남은 사람들도 고통이 컸는데…. 앞으로 95점 이상 받는 경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29개의 쟁쟁한 공기업 사장 중에서 처음으로 상사평가제를 도입해 사원 평가를 받은 한국가스공사 한갑수(韓甲洙·65)사장. 그가 30일 정기주주총회 때 통보받은 직원 평가점수는 1백점 만점에 93.302점.

‘현 사장이 임기종료 후에도 계속 재임하기를 희망하십니까’ ‘현사장은 경영의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천4백여명의 전직원이 일일이 점수를 매긴 한사장에 대한 ‘섬뜩한’ 평가항목들이다.

이 점수를 보수로 환산한 성과급(기본급의 186.608%) 2억15만원과 기본급 1억8백만원을 합한 3억8백15만원이 올해 한사장의 연봉. 다른 공기업사장들로선 엄두도 못낼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한사장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그는 97년 12월 한국가스공사의 첫 공채사장으로 선임되자마자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한국가스공사라는 회사 이름 빼놓고는 모든 것을 바꿨다”고 자평할 정도.

민간기업에서도 실패를 거듭했던 ‘7―4제(7시반에 출근, 4시반에 퇴근)’를 정착시켰다. 집중근무제 간부경영계약제 연봉제 등 낯선 제도를 차례차례 도입했다. 작년에는 자신의 보수 중 절반을 회사에 반납했다. 그러자 임원들이 20%, 일반사원들은 10%를 내놓았다. 올해는 월급 반납을 없애면서 ‘7―5제’를 시도해 성공했다.

한사장은 자신이 받는 연봉 중 1억원 가량을 사내복지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임을 밝혔다.

“공기업은 부실 방만 비효율의 산실이 아닙니다. 경영하기에 따라 민간기업보다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직원들과 단결해 이 점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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