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의 쟁쟁한 공기업 사장 중에서 처음으로 상사평가제를 도입해 사원 평가를 받은 한국가스공사 한갑수(韓甲洙·65)사장. 그가 30일 정기주주총회 때 통보받은 직원 평가점수는 1백점 만점에 93.302점.
‘현 사장이 임기종료 후에도 계속 재임하기를 희망하십니까’ ‘현사장은 경영의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천4백여명의 전직원이 일일이 점수를 매긴 한사장에 대한 ‘섬뜩한’ 평가항목들이다.
이 점수를 보수로 환산한 성과급(기본급의 186.608%) 2억15만원과 기본급 1억8백만원을 합한 3억8백15만원이 올해 한사장의 연봉. 다른 공기업사장들로선 엄두도 못낼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한사장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그는 97년 12월 한국가스공사의 첫 공채사장으로 선임되자마자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한국가스공사라는 회사 이름 빼놓고는 모든 것을 바꿨다”고 자평할 정도.
민간기업에서도 실패를 거듭했던 ‘7―4제(7시반에 출근, 4시반에 퇴근)’를 정착시켰다. 집중근무제 간부경영계약제 연봉제 등 낯선 제도를 차례차례 도입했다. 작년에는 자신의 보수 중 절반을 회사에 반납했다. 그러자 임원들이 20%, 일반사원들은 10%를 내놓았다. 올해는 월급 반납을 없애면서 ‘7―5제’를 시도해 성공했다.
한사장은 자신이 받는 연봉 중 1억원 가량을 사내복지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임을 밝혔다.
“공기업은 부실 방만 비효율의 산실이 아닙니다. 경영하기에 따라 민간기업보다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직원들과 단결해 이 점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