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9돌/21세기 신문]세계 4대권위지 편집책임자 전망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16분


《지식정보가 만개할 새 천년(밀레니엄)에 신문의 위상과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 미국 일본 영국 중국을 대표하는 뉴욕타임스 아사히신문 더 타임스 인민일보의 편집책임자들로부터 신문의 미래,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 등을 들어보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신문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일보와 제휴 및 특약관계를 맺고 있는 4개 권위지의 편집책임자들은 3월말 본보 특파원들에게 귀중한 시간을 내줬다.》

★뉴욕타임스 켈러 편집국장★

“인터넷신문과 인쇄신문이 이미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최고권위지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 편집국장은 매달 ‘인터넷 뉴욕타임스’를 읽는 독자 가운데 3천명이 인쇄신문 구독을 신청하고 있다며 인터넷 시대에도 신문의 역할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쇄신문과 전자신문(인터넷신문)은 기능이 다르다. 독자들은 하루단위로 뉴스를 평가하고 정리하기 위해 인쇄신문을 찾는다. 반면 최신 뉴스와 특수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전자신문을 읽는다. 현재는 두 가지가 상호보완 관계를 이루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를 일반적 추세라고 볼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전자신문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몇년 안에 25만명의 신규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말은 다른 신문의 판매부수를 잠식한다는 뜻이다. 다른 지역 신문들은 전자신문의 영향을 받아 분명 하향추세다.”

―인쇄신문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는가.

“다음 한 세대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손에 들 수 있고 신문처럼 한눈에 활자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이 나와 사람들이 이 스크린을 들고 다니게 된다면 우리는 스크린에 담을 내용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의 말은 스크린신문 시대가 올 수는 있지만 조만간 그런 일이 벌어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장 취임 이후 유독 전자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세가지 이유때문이다. 첫째 독자들이 점점 전자신문에 흥미를 느끼고 있고, 둘째 전자신문은 하루종일 독자들과 접촉할 수 있으며, 셋째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자신문 외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을 통한 독자 끌어들이기. 뉴욕타임스의 야심찬 목표다. 하지만 켈러국장은 신문발행의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뉴욕〓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아사히신문 미우라 편집국장★

“앞으로 독자들은 얼마나 잘사는 지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한 곳에서 얼마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신문은 이처럼 달라질 독자들의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올해 창간 1백20주년을 맞은 일본 아사히신문의 미우라 아키히코(三浦昭彦) 편집국장의 생각은 이미 미래를 향하고 있다. 그의 키워드는 ‘안전’과 ‘안심’. 공해와 재해, 사고로부터의 해방이 ‘안전’이고 연금 노후보장 건강에 대한 확신이 ‘안심’이다.

미우라국장은 이같은 소신을 토대로 최근 ‘생활자입국(生活者立國)’이라는 말을 만들어 기자들에게 “평범한 독자(생활자)의 눈높이에 맞는 지면을 제작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신문 나름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렇다고 미우라국장이 신문의 미래를 비관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휴대성) 언제나 다시 볼 수 있고(기록성) 무엇이 중요한 뉴스인가를 한눈에 파악한 뒤 관심이 있는 뉴스만을 골라 볼 수 있는(일람성) 매체는 신문밖에 없다”는 것이 낙관의 근거.

―젊은이들이 책과 신문을 멀리하는 ‘활자이탈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최근 아사히신문은 대학생이 캠퍼스화제를 취재해서 게재하는 지면을 만들고 있다. 또 시사성 있는 주제를 뽑아 별도의 신문을 제작해 학교에 기증하는 NIE(Newspaper In Education)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미우라국장은 “신문이 서비스로 경쟁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독자중심의 지면을 강조하고 독자의 반응을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신문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성숙해 감에 따라 언론은 예전처럼 일도양단식의 판단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옹호를 위해 싸워온 동아일보의 역사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두 신문이 한일 신시대를 맞아 양국 국민의 우의를 깊게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더 타임스 피커링 부회장★

“21세기에도 신문은 인쇄매체만이 가질 수 있는 논평과 분석 능력을 살리면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같은 인쇄매체의 장점을 살리면서 상대적으로 TV 등에 비해 부족한 신속성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 권위지 더 타임스의 편집책임을 총괄하고 있는 에드워드 피커링 부회장은 “5백년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이래 인쇄매체가 오늘날과 같은 기술적 변혁과 지식 정보화시대가 몰고 올 도전에 직면한 적은 없다”며 신문에 많은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 세기 신문의 역할과 책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도 위험하기는 하지만 “많은 변화 속에서도 인쇄매체의 역할과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커링 부회장은 “TV와 라디오방송이 이미 신속한 뉴스의 주요 공급업자로 떠올라 신문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지만 TV화면과 라디오는 물리적 특성상 뉴스를 해석하고 논평하는데는 취약하기 때문에 그들 나름대로 신문을 따라올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두 매체의 공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신문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준비해야 할까.

“물론 독자의 요구와 기호의 변화에 따라 신문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인쇄 매체의 장점은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변화가 오더라도 신문이 전자신문 등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에 의해 대치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피커링부회장은 신문의 미래와 관련해 활자에 대한 영국 작가 팀 볼러의 말을 소개했다. “우리는 활자화된 이야기를 원한다. 이야기는 우리를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활자화된 이야기는 우리의 도덕적 철학적 자양분이다. 영상 매체는 매력적이고 활기로 넘치지만 결코 활자를 몰아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활자는 소중하면서도 억제할 수 없는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핫라인이기 때문이다.”

〈런던〓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인민일보 쉬중텐 총편집★

“지식정보화 시대가 될 21세기에 신문은 더욱 많은 역할을 하는 발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로 중국 최고 권위지인 인민일보의 쉬중톈(許中田)총편집은 신문의 앞날을 밝게 전망했다. 그는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정확성과 권위 그리고 자료보관 등 신문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들었다.

쉬총편집은 “신문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TV 전자신문 등 타매체의 장점을 흡수해야 한다”며 “인민일보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를 보도하면서 종이로 된 기존의 신문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소리와 화면을 독자에게 전하는 ‘입체 보도’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인민일보도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인민일보의 특징은 권위와 지도적 역할이다. 따라서 권위있는 논평이 장점이다. 최근엔 정보량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풍부한 정보제공이 독자를 끌고 그러다보면 권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는 가치관도 크게 변해 신문이 담아야 할 내용도 바뀔 것으로 전망되는데….

“각국은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 가치관은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진 개념이어서 쉽게 변하지 않는 통일성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중국과 한국의 동양문화에 바탕을 둔 전통적 가치관은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다. 몇대에 걸쳐 이룩된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관도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세계화나 국제화 현상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계의 일체화 추세는 틀림없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가속화할 것이다. 다만 고유의 가치관을 유지하는 것과 세계화는 별개의 문제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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