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4월15일. 창간된 지 불과 15일된 동아일보는 평양의 만세소요를 특종보도했다. 그 죄(?)로 당시 일제는 동아일보를 압수처분했다. 민간지로는 국내 처음으로 당하는 조치였다.
역시 일제치하인 36년 8월25일. 동아일보를 읽던 조선 민족은 가슴 속에 단단히 응어리져 있는 민족의 한(恨)을 잠시나마 씻어낼 수 있었다.
당시 동아일보 2면에는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가 지워져 있었다. 손선수의 마라톤 제패기사는 특종보도가 아니었지만 일장기 말소사건 자체는 그 어떤 특종보다 독자들에게 감동과 의미를 부여한 사건이었다.
군사정권의 철권통치가 국민의 숨통을 죄어오던 80년대에도 온갖 수난을 각오하고 진실을 파헤친 동아일보의 빛나는 특종보도가 있었다.
87년 1월16일자 사회면에는 바로 전날 “조사관이 ‘탁’치니 박종철군이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발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갔다. 이어 17일자에는 검안의사들의 진술을 보도했다. 22일 동아일보는 마침내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축소조작사건의 배후를 밝혀내고 이를 1면 머릿기사로 특종보도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당시 장세동(張世東)안기부장과 정호용(鄭鎬溶)내무 김성기(金聖基)법무장관 서동권(徐東權)검찰총장 이영창(李永昶)치안본부장 등 권력의 실세들이 ‘옷’을 벗었다.
이 보도로 오랜 세월 억눌렸던 민심이 전국적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동아일보의 이 보도는 그해의 역사적인 ‘6·10 시민항쟁’의 불씨를 지핀 ‘세기적 특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아일보가 ‘특종신문’이라는 사실은 통계적으로도 입증된다.
67년 설립된 한국기자협회(韓國記者協會)가 ‘뛰어난 보도활동과 민주언론 창달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기자’를 포상하기 위해 제정한 ‘한국기자상’제도는 국내 언론상 중 가장 공신력 있는 ‘특종’시상 제도로 꼽히고 있다. 한해 동안 신문 방송 등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수많은 특종기사와 기획기사 중 가장 가치있는 기사를 선정해 수상하는 이 상은 심사위원이 각 언론사의 중견간부와 언론학 교수들로 구성되며 권력과 금력의 영향력을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한다는 점이 특징.
이 상은 72년과 80년 2차례의 공백을 제외하고 매년 시상해 지난해 30회를 맞았다.
동아일보는 한국기자상 최다 수상 언론기관이다.
지금까지 △취재보도 13회 △편집 4회 △기획취재 2회 △사진 1회 등 총 20회에 걸쳐 수상함으로써(지역취재와 방송취재, 공로상, 특별상 제외) △A사 17회 △B사 14회 △C사 7회 △D사 5회 △E사 2회 △F사 2회 △G사 2회를 앞서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한국기자상과 함께 90년 9월 이후 매달 시상하고 있는 ‘이달의 기자상’에서도 동아일보가 수상한 특종은 총 39편으로 △‘가’사 38회 △‘나’사 20회 △‘다’사 19회 △‘라’사 11회 △‘마’사 11회 △‘바’사 11회 △‘사’사 4회 △‘아’사 2회를 앞지르고 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