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9돌 특집/화제인물]무주산업 강무주회장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25분


『자식들에게는 재산 대신 자립의지를 물려주기로 했습니다. 땀흘려 벌지않은 큰 재산으로 인해 기업과 자신을 망치는 일부 2세 경영자들을 보고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일생 동안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겪으며 자수성가를 한 무주산업 회장 강무주 (姜武周·76·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씨. 그는 최근 자신이 지금까지 내렸던 그 어떤 결정보다도 의미있는 결정 하나를 내렸다.

일생 동안 땀흘려 모은 전재산을 자식들이 아니라 동아일보가 미래의 주역들을 길러내기 위해 설립한 동아꿈나무재단에 기증하기로 한 것.

강회장은 30일 동아일보사 충정로 사옥에 있는 동아꿈나무재단을 찾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건물 등 시가 5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증했다. 그의 이같은 결단의 배경에는 어려서부터 가난 때문에 모진 고생을 한 경험과 일생을 성실히 살아오면서 체득한 재산에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깔려 있다.

충남 천안시 광덕면 은골리가 고향인 그는 5세때 부모와 함께 경남 합천까지 걸어가 남의집살이를 한 기억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갖은 고생을 겪은 그는 19세때 혼자 상경한다. 고향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자전거로 비누행상을 했다. 정말 열심히 일했던 나날이었다. 하루하루의 땀은 한푼 두푼 저축으로 되돌아왔다. 그때 모은 돈으로 몇년 뒤 비누공장을 차렸고 타고난 성실성과 적극성이 바탕이 돼 큰 돈을 벌었다. 3남5녀의 자식들을 모두 키워 독립시킨 후 그는 5년전 자신이 경영하던 비누공장마저 처분했다. 그리고 개인 사무실 겸 자신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법인인 무주산업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강회장은 “부모님이 평생 손톱이 닳도록 고생을 하고도 가난 때문에 남에게 도움만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죽기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간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강회장의 장남 영창(永昌·43·회사원)씨는 “재산보다 더 큰 올바른 삶의 자세를 물려주셔서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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