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9돌 특집/화제인물]현주컴퓨터 김대성사장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25분


키 1백50㎝도 채 안되는 꼬마 소년에게 신문 배달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가방보다 더 큰 신문 뭉치를 들고 서울 이태원 고갯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온몸은 늘 땀투성이가 됐다.

국내 굴지의 PC제조업체인 현주컴퓨터 김대성(金大星·36)사장은 매년 동아일보 창간기념일이 다가오면 중학생 때인 70년대 후반 동아일보를 배달하던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살던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스스로 용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에서 방과후에 동아일보를 배달했죠.”

2백부 남짓한 신문을 한달 동안 빠짐없이 돌리면 6천원이 손에 쥐어졌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태어나서 처음 번 돈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한때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마음을 다잡아 처음에 목표로 했던 기간을 기어이 채웠다.

김사장은 89년 단돈 30만원을 밑천으로 용산전자상가에서 조립PC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일 싼 PC’를 모토로 대학시장을 집중 공략해 10년만에 매출액 1천억원이 넘는 탄탄한 중소기업을 일궈냈다.

그의 눈부신 성공에는 어릴적 신문배달을 하면서 키워온 ‘해보자’는 도전정신과 고객에 대한 책임감이 밑거름이 됐다.

경제난으로 나라 전체가 휘청거렸던 지난해 현주컴퓨터는 초저가를 무기로 오히려 매출을 100%이상 늘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2천억원.

“‘현주’가제첫사랑애인의 이름이라고 소문이 나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주’자는 ‘술 주(酒)’자입니다. 저희가 판매한 PC를 통해 여러 사람이 즐거웠으면 하는 뜻을 담았죠.”

배달소년 시절의 추억 때문일까. 요즘도 김사장은 많은 신문 중에서 동아일보를 제일 먼저 집어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의리가 있는 신문입니다. 배달 시절에도 동아일보를 보는 사람 가운데는 나쁜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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