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정상회담’과 클래식
김사장의 하루는 ‘심야정상회담’으로 시작된다. 바깥일로 바쁜 김씨는 밤늦게 들어와 ‘안주인’인 아내 정의정씨(31)와 거의 매일 이야기를 나눈다. 바깥 얘기를 들려주고 두 아들(동욱·7, 정욱·4세)에 관한 얘기를 듣는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아내는 일어난다. ‘회담시간’은 평균 30분이지만 밤을 샐 때도 가끔 있다.
아침이 되면 아내는 분위기에 맞는 클래식을 들려준다.
오전 8시.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출근시간. 현관문을 힘차게 열고 집을 나서면서 하늘을 본다. 힘이 솟는다.
“구석기시대 원시인이 가족을 위해 사냥 나갈 때 기분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마이다스의 손
키 1m65 몸무게 63㎏. 미소년 이미지의 앳된 얼굴이지만 컴퓨터업계에서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로부터 나오는 아이디어는 일종의 ‘성공 보증수표’.
89년 서울대 컴퓨터동아리(SCSC) 선배인 이찬진씨(한글과컴퓨터대표)와 함께 만든 ‘아래아 한글’은 국내 최고히트작.
같은해 그가 혼자 만든 ‘한메한글’와 ‘한메타자’도 몇년동안 판매 순위 1위를 달리며 화제가 됐다.
◇타고난 감각
서울대 전자공학과 85학번. 현대전자 6년 근무로 병역의 의무를 대신했다. 91년부터 1년동안 미국 보스턴에 있는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인터넷을 처음 접했다. 본능에 가까운 ‘감(感)’이 발동했다. 조만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오락산업이 ‘뜰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임산업에 뛰어 들 생각을 한 것도 이 때였다.
“전화는 긴급통신수단으로 개발됐지만 지금은 ‘떠들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오락도구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역시 군사 학술적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결국은 놀이산업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부족한 것을 메워라
최고결정권자는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지식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마케팅 경영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매일 씨름한다. 3일에 1권 독파가 목표. 책을 읽기 위해 전철을 이용한다.
요즘에는 생명을 다룬 서적을 주로 읽는다. 게임 하나하나가 성장과 생식을 반복하는 생명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
그는 모든 직원에게 ‘독서광’이 되라고 요구한다. 만화책을 비롯한 도서 구입비 전액을 지원하고 사무실에 책을 읽어도 좋다고 선언했다.
일주일에 3,4일은 각종 모임으로 바쁘다. 변호사 검사 벤처기업사장 등 전문가집단의 모임부터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이뤄진 ‘386세대 모임’까지. 혼자 경험하기 힘든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다.
◇향기에 반한 기호품
소주엔 약하지만 양주와 폭탄주에는 강하다. 대작(對酌)해서 진 적이 없을 정도. 지난해 5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최한 컴퓨터학회에서 처음 접한 시가는 이제 없어선 안될 기호품. 연기를 들여마시지 않아 건강에 덜 해롭고 입술과 코 사이에 한동안 배여있는 그윽한 향내에 반했기 때문.
일주일에 한 두번은 가족과 외식한다.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우선 아내를 ‘모신다’. 아내는 재료를 유추해 비슷한 맛과 모양으로 집에서 보답한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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