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輪禍사망 두아들 안구 4명에 기증

  • 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40분


『하늘나라에 간 두 아들아, 부모의 결심을 기쁜 마음으로 헤아려주렴….』

19일 늦은 저녁 경기 이천시 율면 오성2리 공석배(孔錫培·58·침구사)씨 집.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두 아들의 얼굴을 매만지던 공씨 내외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갔다.

평소 당뇨로 고생하는 공씨에게 닷새전 전화를 걸어 “건강하시지요”라며 안부를 묻던 두 아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주말에 찾아뵙겠다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한 채 이틀 뒤 두 아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15일 새벽 경기 포천군 송우리 인근 차도에서 동우(東宇·29), 무영(茂泳·25)형제가 타고 가던 승용차가 마주 오던 승합차와 정면충돌한 사고…. 포천의 각기 다른 가구공장에서 근무하던 형제가 주말을 맞아 함께 이천의 부모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공씨 부부는 경기 의정부 성모병원 영안실 한구석에 나란히 안치된 두 아들의 얼굴에 볼을 비비며 절규했다. 그리고 잠시 뒤, 부부는 비명에 간 두 아들의 안구를 비롯한 각종 장기와 시신을 성모병원과 가톨릭 의대에 각각 기증할 뜻을 밝혔다.

평소 이웃사랑이 남달랐던 형제의 갸륵한 뜻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형제가 기증한 4개의 안구는 16일 의정부 성모병원과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20∼30대 남녀환자 4명에게 각막 이식수술을 통해 새 삶을 안겨줬다. 장기는 워낙 많이 손상돼 기증하지 못했다.

공씨 내외는 “여생을 병들고 가난한 이웃에 봉사하는 것만이 두 아들의 뜻을 이승에서 꽃피우는 길”이라며 “우리 내외도 마지막 순간엔 남들이 필요로 하는 장기를 모두 기증한뒤 눈을 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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