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신동일(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의 현악4중주용 모음곡 ‘저녁풍경’의 심상들이다. 음대 작곡발표회 등에서 마주치는 낯선 음향들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 때문일까.
“사람들이 음악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대부분 선율의 아름다움 때문이죠. 그런데 1차대전 이후 현대 작곡가들은 선율을 파괴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어요.”
신동일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테이프 편집과 전자음향 등 ‘최첨단’기법을 익혔다. 그런 그가 선율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연주자와 청중을 배려하지 않는 작곡계 풍토에 식상했기 때문.
“작곡가들이 단지 다른 작곡가들에게 ‘내 수법 어때’라고 과시하기 위해 작품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문가들 끼리만 이해하는 작품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는 현대음악가들이 내다버린 ‘조(調)’를 음악의 도구로 다시 집어들었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음악에 살아있는 것. 가능한 매력적인 멜로디를 띄워내려 노력한다.
그가 자신의 이상을 담는 중요한 ‘도구’로 선택한 것이 현악4중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을 모아 ‘미르 현악4중주단’을 창단했다. 대가의 연주솜씨는 아니지만 ‘저녁풍경’모음곡 1 2 3집을 싱글CD에 담아냈다. 소리소문없이 한달새 1만장 가까이 팔려나갔다.
“신선생님의 음악은 연주자와 청중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느낌이에요. 표현을 잘 살릴 자신이 생겨나죠.” 미르 현악사중주단 리더인 박수빈(한국예술종합학교 3년)의 말.
그 ‘미르’는 이제 무대위로 첫발을 딛는다. 6월3일 오후7시반 CD에 실린 ‘저녁풍경’을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연강홀에서 연주한다.
‘저녁풍경’콘서트에 이어 7일 오후7시반에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화락(和樂)콘서트에 참가한다.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한울림 사물놀이패가 어울리고, 소리꾼 오정해와 테너 김영환이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함께 부르는 등 각분야 정상의 기예들이 모여 장르를 섞는 새 개념의 음악회다.
이 무대에서 ‘미르’는 정일연 작곡 ‘광야’를 연주한다.김덕수의 장고가락과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신동일은 “비교적 난해한 작품이지만 선율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광야’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국악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마음에 들죠. 우리는 그동안 학교별, 전공별, 양국악(洋國樂)별 등 담을 너무 높게 쌓아왔어요.”
02―780―5001(겨울풍경) 02―581―0041(화락)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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