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두 사람은 결혼식을 조용하게 치르고 싶어 극소수의 친지와 문인들에게만 식을 알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결혼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들은 취재공세를 피하기 위해 식장을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하림각으로 급하게 바꾸기도 했다.
초대받은 하객들도 돌연한 결혼식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말수 적은 두 사람의 조용한 연애였기 때문. 식이 끝나갈 무렵 뒤늦게 장소를 알고 들이닥친 일부 신문 잡지 기자들이 취재하느라 식장이 다소 어수선해지기도 했으나 식 자체는 ‘문인 잔치’로 아담하고 조촐하게 진행됐다. 가족 문인 등 하객은 모두 60여명.
주례는 불문학자 김화영교수(고려대)가, 사회는 문학평론가 황종연교수(동국대)가, 축시는 시인 안도현이, 축배제청은 문학평론가 김병익(문학과지성사대표)이 맡았다. 시인 이시영 김사인, 소설가 박범신 이윤기 등도 참석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동료문인으로 만나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남진우가 신경숙의 셋째 오빠와 고교시절 친한 친구였던 것. 신경숙은 “(오빠의) 사진으로 맨 처음 그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할만큼 가까워진 것은 올해초부터였다”고 밝혔다.
신랑 남진우는 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83년 중앙일보에 문학평론으로 데뷔한 주목받는 시인이자 평론가이다.
95년 남진우는 신경숙의 장편소설 ‘외딴 방’에 대한 한 평문에서 이렇게 작가를 염려했다. ‘집을 떠나 외딴방을 지나온 그녀는 언어의 집만을 이루었을 뿐 아직 현실 속에선 자신의 집을 마련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녀가 그 집에 도달하는 날은 언제일 것인지.’ 이제 두 사람이 ‘그 집’을 이루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