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아이러니일까. 군사정권시절 4차례나 폐쇄당하고도 딸아이 피아노까지 팔아가며 되살려낸 연구소였는데…, 50년만의 정권교체 후 국민의 정부 아래에서 문을 닫게 될 줄은 몰랐지.”
그러나 백씨는 역시 7전8기의 재야운동가였다. 그는 연구소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젊은 날 농민운동 통일운동 등을 통해 겪은 인생역정을 기록한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라는 수필집(백산서당)을 묶어냈다.
백씨는 우리 출판 사상 처음 있는 ‘사전예매 방식’(책이 나오기 전에 미리 선금(先金)을 받는 방식)으로 책을 팔았다.
백씨가 형편이 어려워 문을 닫은 통일문제연구소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 ‘사전예매제’를 한다는 본보 보도(1월13, 26일자)가 있자 각계의 성원이 줄을 이어 지난달 중순경 목표했던 1만권을 훌쩍 넘겼다.
백씨는 책 대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다시 연구소 문을 열게 됐고 연구소 후원회도 만들어졌다. 백씨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연구소를 다시 열게 된 것은 위대한 시민의 승리”라며 감격했다.
백씨는 연구소를 다시 열면 통일문제와 관련된 각종 자료집과 논문집을 발간하고 통일관련 교양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다. 연구소 활동을 통해 통일의 ‘알짜(실체)’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백씨는 개소식날 서울 종로구 명륜동4가 133 통일문제연구소에서 그동안 성원해준 사람들을 위해 조촐한 떡잔치를 마련한다. 02―762―0017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