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고센터」정은순, 결혼-부상 불구 은퇴 미뤄

  • 입력 1999년 7월 14일 18시 36분


‘아시아 최고의 센터’ 정은순(28·삼성생명).

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뒤 10년 동안 국가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해온 그이지만 유니폼을 벗으면 수줍음 많은 새색시로 돌아간다.

지난해 결혼한 그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면 앞치마를 두르고 남편이 좋아하는 오징어볶음과 찌개요리에 여념이 없는 평범한 새댁.

방콕아시아경기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 등으로 신혼의 달콤함을 맛볼 틈도 없었던데다 부상이 겹쳐 한때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던 그가 최근 새 각오로 농구볼을 굳게 잡았다.

17일 개막하는 99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는 정은순의 농구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대회.

지난해 출범한 여자프로농구가 본궤도에 오르느냐 마느냐의 고비에서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여자프로농구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

그는 “남편 보기도 미안하고 어깨와 다리 등에 부상이 끊이질 않아 은퇴를 고려한 적도 있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여자프로농구의 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내년까지 은퇴를 미뤘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해 인성여중, 고를 거쳐 90년부터 실업무대에서 활약한 그는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92년부터 3년 연속 리바운드왕과 94∼95시즌에는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지난해 여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 원년리그에서도 MVP에 오른 그는 국가대표로서 90년과 94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주역을 맡았다.

“여자농구도 남자농구 못지 않은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내년 시드니올림픽까지 뛴 뒤 은퇴해 유도인 출신의 남편을 닮은 든든한 2세를 가질 계획이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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