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北에 남겨진 인연의 끈 훌훌털고 싶어요"

  • 입력 1999년 8월 13일 19시 10분


“…아버님 부디 평온하시옵소서. 남은 저희는 아직 못다 꾼 사나운 꿈에 더 시달리다가 뒤를 따르겠습니다….”

두살 때 헤어진 뒤 49년만에 아버지를 만나겠다며 형 연(然)씨와 함께 중국으로 갔던 소설가 이문열(李文烈·51)씨. 7일밤 현지에서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는 전화를 받고 발길을 되돌렸던 이씨는 KBS에 최근 심경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이씨는 “누군가 국경을 넘어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렘으로 두만강가로 나가보기도 했다”면서 “내가 불안해 한 것은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였지, 살아계시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이씨는 또 “아우들이 통일이 되어 찾아온다면 그들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북쪽에 나와 이어진 어떤 끈을 남겨두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으로 나는 지난 49년 동안 짓눌려온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고도 했다.

당초 이씨는 이 편지를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쓸 예정이었으나 부친의 사망소식을 들은 뒤 ‘심경을 담은 글’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용은 15일 KBS 1TV ‘일요스페셜―작가 이문열 아버지, 부르지 못한 이름’을 통해 이씨의 육성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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