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3명이 묘지만 찾아다니며 13박14일간의 유럽 탐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주인공은 충남대 4학년 한대섭(26·재료공학) 장재원(26) 서민정씨(25·여·이상 무역학) 등 3명.
이들은 LG그룹이 매년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해외연수프로그램 ‘21세기 선발대’에 ‘한국의 장묘 문화’라는 주제로 해외탐방 기획안을 제출해 선발된 학생들.
이들이 수집한 장묘문화에 관한 자료는 대형 스크랩북 3권 분량. 탐사를 마치고 돌아와 작성한 보고서만 A4 용지 67장이다.
지금은 교내에서 ‘묘지박사’로 통하지만 그동안 이들이 겪은 에피소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장례식이 거행되는 영국의 엔필드 공동묘지를 ‘취재’하다 검은색 양복을 입지 않아 유족들에게 멱살을 잡혀 쫓겨나기도 했고 촬영이 금지된 영국의 화장장에 조객을 가장하고 들어가 8㎜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의외의 수확을 올리기도 했다. 탐사과정에서 만난 프랑스 소르본대 공간문제연구소 홍석기박사가 이들의 실력을 인정해 유학을 권유한 것. 홍박사는 한국인으로는 장례문화의 최고권위자로 꼽힌다.
이들이 말하는 한국장묘문화의 최대 문제점은 묘지를 혐오시설로 보는 한국인들의 ‘의식’. 과다한 장례비용과 화장기피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도시 중심에 위치해 늘 찾아가 꽃을 바칠 수 있는 묘지, 연인들이 데이트할 수 있는 공원같은 묘지를 만들어 매장문화 의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