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개원 51주년은 한원장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특히 이번 기념식에서는 지난해 원장 취임 후 개정한 원훈(院訓·‘바른감사 바른나라’)과 원상징을 새긴 ‘바른 감사인’상 제막식을 갖는다. 강원도의 한 공사장 인근에서 얻어왔다는 돌을 다듬어 만든 ‘바른 감사인’상은 한원장이 감사원에 남기는 가장 뚜렷한 족적인 셈이다.
과거의 원훈인 ‘공명정대(公明正大)’는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이 감사원에 내려준 휘호에서 유래했다. 한원장이 이 원훈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독재정권의 냄새가 배어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원장은 요즘 “퇴임하면 나는 강남으로 간다”며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부근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방송위원장 등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데 대해서도 “이젠 물 안먹는다”며 일소(一笑)에 부치고 있다는 것.
하지만 한원장이 희망대로 ‘야인(野人)’으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용도가 다할 때까지 써먹는 사람”이라며 “한원장이 재야에 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년반의 재임 동안 한원장은 자신의 표현대로 ‘단축 마라토너’로서 감사원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