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삼성서울병원 위장팀

  • 입력 1999년 9월 7일 19시 34분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잖아요? 서양같으면 당장 가슴부터 움켜쥘텐데(협심증)….”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위장치료팀의 이종철교수(51·내과)는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 때문인지 국민의 60∼70%가 위장질환자”라며 우리에게 위장병은 친숙한‘토속병’이라고 말한다.

이교수의 말처럼 서양인에겐 흔치 않은 병이기 때문일까. 위질환에 대한 연구는 양의학에서도 비교적 미개척 분야라는 게 학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교수는 “‘우리의 병’인 만큼 연구와 치료에선 서구를 앞서가야 한다”며 “우리는 미진한 연구분야에 투자, 비용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는 ‘틈새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의 소화기센터.

국내 위질환분야의 원로인 최규완 현 삼성의료원장(62)이 97년 서울대병원에서 옮겨오면서 개설됐다.

최근엔 내과 외과 방사선과 등의 검사와 치료를 한 곳에서 하루만에 원스톱 서비스로 받을 수 있는 450평 규모의 새 ‘둥지’도 마련했다. 국내 최대 규모.

◆고양이의 ‘위’ 이야기◆

“화가 난 고양이의 위를 꺼내보면 딱딱하게 굳어 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일 걸요.”(이교수)

이교수는 위벽에 염증이 없어도 스트레스 등으로 운동성이 떨어지면 ‘기능성 소화불량증’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최초로 위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측정, 위가 잘 운동하는지 알아내는 ‘위 바로스타트’를 치료에 응용한 것.

소화불량자의 경우 음식이 위에 들어가 배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상인에 비해 약 1.5배 늦기 때문.

그는 “속이 쓰린 사람은 위산분비억제제를, 위장운동이 느려 조금만 먹어도 곧 배가 부르고 더부룩한 사람은 위장운동촉진제도 함께 사용해야 증상이 쉽게 낫는다”고 설명.

이런 치료경험은 논문에 담겨 미국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증상이 없는 위염과 위암◆

위에 염증이 생겨도 ‘탈’이 날 수 있다.

이전엔 스트레스로 인해 위산이 과잉분비되면 염증이 생긴다고 여겼지만 최근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을 주범으로 본다.

염증이 점막에만 있을 땐 위염, 점막하층까지 퍼지면 궤양. 위염이나 궤양이 바로 암이 되는 건 아니지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3∼5배 높아진다.

국내 성인 남성의 약 70%가 이 균의 감염자이므로 모두 다 치료 받을 필요는 없으나 △만성위염 △위궤양환자 △가족 중 위암환자가 있을 땐 치료받는 게 좋다.

또 대부분의 위염환자와 조기 위암환자의 80%는 증상이 없으므로 40대 중반 이후엔 매년 한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조기발견할 수 있다. 가족중에 환자가 있을 땐 20대에 검사를 시작할 것. 점막하층까지만 암세포가 퍼진 조기위암은 90∼95%가 완치되지만 말기암의 경우엔 5년 생존률이 2%에 불과하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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