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개막작인 ‘박하사탕’을 비롯, ‘송어’‘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등 세 편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여기에 단역을 맡은 ‘유령’까지 합하면 네 작품이 그의 얼굴을 빌렸다. 그동안 그의 출연작이 ‘꽃잎’과 ‘처녀들의 저녁식사’ 두 편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벼락출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주인공 영호 역을 맡은 ‘박하사탕’(이창동 감독)은 그를 위한 작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호의 개인사를 통해 역동의 우리 현대사를 짚어간다. 스릴러 ‘송어’(박종원 감독)에서는 주인공인 소심한 도시 샐러리맨으로 출연한다.
짧은 머리에 이웃집 총각처럼 평범하고 순해 보이는 얼굴. 아직도 동료 선배로부터 “배우같지 않은 얼굴”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자주 듣는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자랑하는 두 감독이 신인급인 그를 덜컥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뭘까?
박감독은 “평범한 마스크여서 카리스마가 약해 보이지만 그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표현하기에 따라 선악은 물론, 다양한 색깔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감독도 “영호란 인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고민이 많았다”면서 “설경구의 신선한 느낌과 변화 가능성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평범한 얼굴의 신인이 기회를 잡기까지에는 ‘문전박대’의 설움도 많이 겪었다.
설경구는 “단역으로라도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는 데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면서 “영화 관계자들이 내 얼굴을 본 뒤 ‘너무 평범하다’며 대본 두 장짜리 단역도 주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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