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새회장에 정몽구 현대회장 확실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9시 35분


김우중(金宇中)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에 정몽구(鄭夢九)현대회장이 선임될 것이 확실시된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14일 “회장단의 의견이 사실상 정회장 쪽으로 모아진 상태”라며 “특별한 돌출변수가 없는 한 정회장이 후임회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날 회장단과 고문단 연석회의를 열고 후임회장 선출방법 등을 논의한 끝에 다음달 4일 임시총회를 개최, 후임회장을 공식 선출하기로 했다. 전경련 회장은 통상 기존 회장단이 후임을 정한 뒤 본인의 수락을 받아 발표해왔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회장을 후임으로 추대하는 배경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조직을 이끌어 나가려면 ‘정부와 관계가 좋은 5대 그룹 오너 회장’이라는 위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회원사의 회비에 의존하는 전경련의 특성상 자금모금 등에서 현대의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회장직 거부의사를 밝혔던 정회장도 최근들어 “재계가 강력히 권하면 고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출신이 후임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전경련이라는 조직이 오너경영인들의 모임이라는 특성 때문에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오너경영인들과 색깔이 다른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맡을 경우 아무래도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유력한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돼온 손길승(孫吉丞)SK회장은 후임회장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은 삼성자동차 처리와 변칙증여 문제로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스스로 회장직을 고사했고 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대외활동을 무척 꺼리는 성격이어서 후임회장 후보에서 제외됐다.

정회장을 후임 전경련회장으로 추대하는데 대해 정부와 청와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대가 대북사업 등을 진행 중에 있고 정부와의 관계도 별로 불편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정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장단 및 고문단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정세영(鄭世永)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집안사람이 전경련을 맡게되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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