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1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창립돼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한 지 8년만에 이룩한 성과다.
500번째 생명나눔의 실천에 동참한 주인공은 이연화(李蓮花·50·여)씨.
그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아 새생명의 기쁨을 누릴 이는 5년째 만성신부전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삼순(李三順·42·여)씨로 두 사람은 지난달 중순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20여일간의 정밀검사를 받은 뒤 7일 병원측으로부터 신장이식수술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아 조만간 수술에 들어간다.
이연화씨는 “이삼순씨가 병때문에 이혼한 뒤 병고와 생활고에 시달리며 어렵게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장기기증을 결심했다”며 “함께 이혼의 아픔을 가진 사람으로 내 신장이 이씨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는 게 오히려 기쁘기만 하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의류상을 하는 이연화씨는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 찾아와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장기기증운동본부장 박진탁(朴鎭卓·63)목사의 설교에 감화돼 어려운 이웃에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었다.
사랑의 장기기증이 8년 만에 500번째의 기증자를 내기까지에는 이 운동본부의 창립자이자 본부장인 박목사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이 큰 밑바탕이 됐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사업을 벌이기 전인 60년대부터 헌혈운동 등을 통해 생명나누기운동을 펼쳐온 박목사는 가족간 이식이나 매매에 의한 장기이식밖에 없던 우리나라에 90년대 초 무료로 장기를 나눠주자는 운동을 펼쳐 나갔다. 그는 스스로 무료신장기증자 1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이 운동이 점차 확산돼 가고 ‘사랑의 장기기증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3500여명이 신장기증을 약속했다.
이중 혈액형과 조직형이 맞는 수혜자가 나타나 직접 신장기증을 실천한 이들이 500명에 이르른 것.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많지만 이처럼 생존자가 가족이 아닌 다른 이웃에 직접 장기기증을 실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한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달부터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www.donor.or.kr).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