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최대의 화제작인 스릴러 영화 ‘텔 미 썸딩’의 개봉을 앞둔 장윤현 감독(32)의 첫 마디는 의외였다.
“97년 ‘접속’을 개봉할 땐 기분이 좋았는데 이번엔 조마조마하네요. 하루가 왜 이렇게 긴지….”
호언장담하지 않고 솔직하게 심경을 털어놓던 장감독은 “최고의 배우에, 사상 최다의 개봉관 수에, 엄청난 예매에…, 이러고도 서울관객수가 100만명을 못넘으면 다 내 탓이겠죠”하며 웃는다.
―멜로영화(접속)로 스타감독이 됐는데 스릴러를 만들게 된 이유는.
“‘접속’을 끝낸 뒤 다시 멜로영화를 준비하다가 ‘만드는 나도 지겨운데 관객은 얼마나 지루하랴’해서 관뒀다. 영화는 사회적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 한때 유행했던 멜로가 개인의 감정에 몰두하는 장르였다면, 이제 개인에 매몰되어버린 사람들이 은근히 갖게 될 불안감 같은 정서에 공명하는 스릴러나 호러가 호소력 있는 장르가 아닐까.”
―‘텔 미 썸딩’에서는 복선과 반전의 내용이 다 밝혀져도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더러 있다.
“해석과 상상의 여지가 많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설명을 많이 생략했다. 관객의 해석으로 더 풍부해지고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를 지향한 건데 너무 빈 곳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오, 꿈의 나라’‘파업전야’를 공동연출했던 운동권 출신 감독인 그는 의사소통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접속’이 단절된 사람들 사이에서도 뭔가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짚어보는 영화였다면 ‘텔 미 썸딩’은 단절이 초래한 비극적인 상황 묘사에 주력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텔 미 썸딩(Tell Me Something)’이란 제목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소통에 대한 안타까운 희망을 담기에 적절한 표현을 궁리하다 떠오른 것이라고.
“만들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 쿠앤씨 필름을 설립해 영화 제작에도 뛰어든 그는 “SF영화, 영웅이 등장하는 역사 영화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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